
좀비에 대한 공포는 사실 죽음과 맞닿아 있다
세상의 믿기 힘든 이야기 가운데 각종 영화와 게임의 소재로 되는 것 중 하나가 좀비이다. 흔히 묘사되는 바로는 죽은 자가 주술에 의해 깨어난다는 것. 물론 요즘에는 과학자들의 욕망에 의해 전투병기, 혹은 잘못된 실험 결과로 죽은자가 살아나는 것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고, 아무도 없는 뉴욕거리를 재현한 '나는 전설이다'의 경우에도 원작의 뱀파이어를 좀비로 바꾸어 묘사해 화제가 되었다.
시체가 되살아나다는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번에도 이야기한 '가사상태'에 빠진 사람을 죽은 사람이라 보고 매장했다면 그가 정신을 차리고 무덤 밖으로 기어나오면 '시체가 살아났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몇 가시 좀비 사례를 보고 이야기를 더 진행해 나가보기로 하자.
1962년 아이티의 한 농부 나르싯스가 고열에 시달리다 병원으로 실려온지 이틀만에 사망했다. 그리고 매장되었는데, 그로부터 18년 후인 1980년 그 농부의 동생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18년 전에 죽은 형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길,
"나는 토지 문제로 다툼이 있던 한 남자의 주술에 의해 좀비가 되었다. 무덤에서 꺼내져 노예로 부려지다 2년 후 주인이 죽자 길거리를 떠돌다가 얼마전에야 기억이 돌아와 찾아오게 되었다"
이 농부의 신원을 조회해본 결과 18년전 죽었다는 나르싯스가 맞으며, 그가 일했다는 아이티 북부의 농장에서 넋이 나간채 일하는 노예집단이 발견되어 그 말의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이 이야기는 영국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다루어 유명해졌다.

29세에 죽어 매장당했던 여인, 페리시아
1936년 10월 아티보나이트 지역을 알몸으로 헤매던 한 여성이 발견되었다. 발견되었을 당시의 상태는 '눈은 죽어있고, 얼굴은 무표정하며, 눈꺼풀은 하얗게 떠 있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녀가 차츰 정신을 차리게 되었을 때 신원을 알아보니 1907년 29세 때 사망하여 매장된 '페리시아 페리스'였다고 한다.
미국의 인류학자 웨드 데이비스는 앞서의 이야기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아이티 지역으로 가 연구하게 되었는데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좀비 현상에는 그 지역의 주술사와 관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도 '저주'를 강력하게 믿는 이 지역은 다툼이 있을 경우 저주로 상대방을 죽게하는데 사실 의학상의 완전한 죽음이 아닌 일종의 가사상태에 빠르리는 것이다. 거기에 사용되는 것에는 두가지 약물이 있는데, 하나는 복어에게 있는 테트로도톡신이며, 다른 하나는 독말풀에서 채취한 독이다. 사람을 죽일 정도의 강력한 독을 적절히 배합하여 저주 대상에게 투여, 죽음과도 같은 가사상태에 빠뜨리고, 그가 매장당하면 꺼내어 해독을 하여 노예로 부리는 것이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이러한 기술들은 어떻게 발달하게 된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아이티 지역의 어두운 역사와 관계되어 있다. 서인도제도의 아이티는 이주한 프랑스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흑인들을 노예로 부리며 광활한 사탕수수농장을 개간했다. 이들은 흑인들을 인간으로서는 차마 상상하기 힘든 잔혹한 행위들을 했는데, 도망치다 잡히는 노예들의 귀로 나무못을 박아 죽이거나, 온몸에 설탕물을 발라 개미굴에 넣고, 혹은 항문에 화약을 넣어 폭사시키는 등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였다. 물론 그럼에도 수 많은 노예들은 탈출해 산간 지역으로 숨어 백인이 없는 마을을 만들어 살기도 했다.